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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지 않는 조종사, 띄우지 않는 항공사

마래바 2011. 11. 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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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사 관계는 이익과 손실을 함께 하는 운명공동체라고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그 관계는 서로 간의 입장 차이로 인해 위태롭고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며칠 전, 세계 10위 항공사인 호주 콴타스항공(Qantas)이 직장 폐쇄라는 초유의 카드를 들이밀며 악화된 노사 갈등을 전 항공편 운항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로까지 몰아갔다.

다행히 호주 정부의 쟁의행위 중지 명령으로 이틀 만에 콴타스항공 항공기 운항이 재개되면서 파업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지만 아직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빠른 시일 안에 노사의 합의안을 도출해야 하는데 현재 분위기상 쉽지는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얼핏 보기에 이번 콴타스 항공의 직장 폐쇄 결정이 대단히 과격한 방법으로 보인다.  그들 속 내막까지 속속들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호주 항공부문 파업의 역사를 들추어 보면 그들의 결정을 비난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Qantas is NOT flying.

Qantas is NOT flying.

1989년 호주에서는 조종사들의 대규모 파업이 있었다.  호주조종사연합(AFAP, Australian Federation of Air Pilots) 소속 조종사들이 국내선 항공편 비행 근무시간 개편(다른 일반 근로자와 같이 9시부터 5시까지 근무 등)을 요구하며 벌인 파업이 그것인데, 당시 해당 연합 파업에 안셋(Ansett Australia), 이스트웨스트(East-West), Ipec, 호주항공(Australian Airlines) 조종사들이 대거 참가하면서 사태는 전 국가적인 차원으로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단순히 호주 국내 항공편 문제를 넘어 국가 차원의 관광산업 및 경제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고, 호주 정부는 호주공군(Royal Australian Air Force) 소속 조종사들까지 동원해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1989년 8월 23일, 호주 국내선 조종사 1,645명은 항공사 해고 위협에 반발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를 낸 상당 수의 조종사들은 실제 해고로까지 이어졌고, 호주 정부는 외국에서 대체 조종사들을 대거 수입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으로 촉발된 문제와 후폭풍으로 인해 결국 안셋, 이스트웨스트, Ipec, 호주항공 등은 파산 또는 다른 항공사에 합병되어 버렸다.  호주항공(Australian Airlines)은 1992년에 콴타스로 흡수 합병되었고, Ipec은 1998년 Toll Holdings에, 이스트웨스트를 합병(1989년)한 안셋 또한 그 재정적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2001년 파산했다.

이 사건은 호주 노사관계 역사에 있어 대단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런 노사관계, 항공부문 역사적 배경에서 볼 때 이번 콴타스항공의 직장폐쇄 결정이 어떤 의도에서 나왔는 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호주 항공사들은 과거의 사례를 통해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라는 교훈을 떠 올렸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과거의 사례나 이번 상황을 보면 호주에서는 노사문제, 특히 항공부문에서는 종종 극단적으로 치닫는 경우가 있음을 알게 된다.  과거 파업에 대해 해고로 위협, 조종사 1,645명은 집단 사직서 제출, 항공사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실제 대량 해고를 단행했으며, 이번 파업에도 작은 기업도 아닌 세계 10위권 항공사가 직장폐쇄라는 극한 방법을 들고 나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노사 문제에 있어 정답은 없다.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것을 대변하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지 결정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적절함'이다.  '중용(中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적절함, 적당함은 노사 관계에 있어 필수적인 요건일 것이다.  그것이 협상이고 조율이다.

조종사는 하늘을 날 때 그 존재 가치가 있으며, 항공사는 비행기를 띄울 때 역시 존재 가치가 있다.

" We are NOT flying "

이 말 속에는 더 이상의 조율도 협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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