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미국에 이어 유럽도 새로운 조종사 근무시간 기준 시행 본문
하늘을 나는 교통수단인 항공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위치 중 하나가 조종사다.
정비사나 관제사, 운항관리사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한 것이 없기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항공분야에 있어서 꽃은 조종사다.
민간 항공분야에 있어서도 조종사라는 직업의 인기는 날로 더해간다. 하늘을 난다는 것이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하늘을 난다는 것도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닌 삶을, 생활을 위한 노동이라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내가 비행하고 싶지 않아도 직업인으로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여느 상황과 마찬가지로 조금 일하고 더 많이 휴식하기를 바라는 것이 일하는 측 입장이고, 고용주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더 더 많이 일을 시키고 싶어한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인력 운용 측면에서 최대한 효율을 기하고자 한다. 이런 이해 관계에서 조종사 비행근무시간(Flight Duty Hour)는 오랜 기간동안 논란이 되어 왔다.
조종사 입장에서는 현재 운영되는 조종사 근무시간 기준은 민간 항공산업 태동기인 60-7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재검증해야 생체리듬을 해치지 않고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다는 주장에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조종사 측에서 주장하는 과학적, 의학적 검증 자료(?)에 따르면, 현재 조종사 수로는 심시어는 비행편의 절반 가까이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그 동안 관계 기관, 항공사들과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어온 것도 사실이다.
어쨌거나 오랜 기간동안 논란이 되어 온 조종사 근무시간 문제에 대해 미국에 이어 유럽도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유럽안전청(European Aviation Safety Agency, EASA)은 유럽 여러 나라의 상황을 고려한 조종사의 비행 근무시간과 관련된 기준을 유럽의회에 넘겨 승인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연속 12개월 동안 1,000 시간을 초과해 비행근무를 할 수 없으며, 연속 14일 동안 110 시간 이상 비행을 금지하고, 최소 한달에 두번은 회복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
이 개선안은 전반적으로 야간 비행시간 축소, 시간대 변경 지역 비행 시 휴식기간 확대, 비행대기(Stand-By) 시간 축소 등의 30개가 넘는 기준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새로운 기준은 유럽 전국가에 걸쳐 2015년 말까지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각국의 38,000명 이상 가입된 조종사 단체인 European Cockpit Association(ECA) 은 이번 개정안이 승객의 안전보다는 항공사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새로운 개정안에 따르면 최장 22시간 이상 비행하는 결과를 낳기도 하며, 야간에 12시간 이상 깨어 비행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는 과학적(의학적) 권고선인 10시간을 초과한다는 것이다.
미국 FAA(연방항공청)는 이미 지난 해 새로운 조종사 비행시간 기준 마련하여 2013년 12월 21일까지 시행하도록 결정했다.
호텔까지의 지상이동시간 포함해 최소 10시간 이상의 휴식을 부여해야 하고, 호텔이나 취침할 수 있는 장소에서 8시간 이상 휴식을 보장해야 그 이후 비행에 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그 동안 명문화되어 있지 않았던, 다음 비행을 위한 이동 시간 즉 데드헤드(Deadhead) 근무시간도 비행근무시간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데드헤드시간을 비행근무시간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유권해석 내린 바 있었으나 이번 개정안을 통해 비행근무시간에 포함하는 것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여기에 비행을 위한 공항 대기시간(Stand-By), Reserve Duty 등도 비행근무에 포함된다.
전 세계 항공교통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에서 이런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유럽과 미국을 운항하는 우리나라 항공사들도 이 규정을 지켜야 한다.
연간 1,000 시간 비행 제한 등은 기존에도 운영되어 왔던 것이라 큰 문제는 없겠으나 데드헤드 비행과 공항대기, Reserve Duty 등을 비행근무시간에 포함시키게 되면 항공사들에게는 기존보다 더 많은 조종사들이 필요하게 되므로 당장의 조종사 수급에 문제가 될 수도 있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느 기준이 안전한 비행에 가장 적합한 것이냐는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안전 만을 고집한다면 '아예 비행기를 띄우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므로 조종사의 피로를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선이 어디며, 또 이로 인해 항공 이용객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까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